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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봉합 인상 짙은 천안함 감사, 총체적 검증 필요하다 |
감사원이 어제 천안함 침몰사건 대응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군의 부실대응 문제점을 일부 찾아냈지만, 그것보다는 핵심 쟁점에서 비켜서서 사건을 봉합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앞선다. 전체적으로 진정성과 책임성을 의심하게 하는 실망스런 감사결과다.
감사원 발표를 보면 해군 제2함대사령부와 합동참모본부, 국방부 등 핵심 지휘기관 가운데 사건 당시 규정과 수칙에 따라 제구실을 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각 기관은 한결같이 늑장보고와 상황 전파 누락 등의 잘못을 저질렀다. 게다가 이들 지휘부의 군인들은 사고 발생 시각과 원인 등을 멋대로 수정하고, 거짓말도 밥 먹듯이 했다. 군의 지휘부가 이렇게 흔들린다면 군 전체의 작전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리 없다. 지휘부의 거짓말과 말바꾸기 행태는 더욱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부가 이런 지휘부를 그대로 둔 채 군 주도로 천안함 사고원인 조사를 진행했으니, 그 결과에 대한 의문이 가라앉지 않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의 사고원인 조사를 전제로 할 때, 핵심 관심사는 한-미 연합훈련으로 두 나라 전력이 쫙 깔린 상태에서 북한 잠수정이 잠입할 때까지 군은 뭘 했느냐 하는 점이다. 곧 후속 대응에 앞서 총체적 경계 실패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게 감사의 초점이었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백령도 근해에 잠수함 대응능력이 부족한 천안함을 배치한 채 대잠능력 강화 등 적정 조처를 이행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천안함은 음향탐지기 등의 장비를 갖추고 대잠수함 작전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함정이다. 그런데도 대응능력이 부족했다는 군의 해명성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보다는 봉합하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징계 대상에서 천안함 함장을 제외했다. 경계에 실패했을 때 해당 부대장을 비롯해 상급 지휘라인을 줄줄이 문책하는 일반 원칙에도 어긋난다. 감사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상의 합참의장과 관련해선 사건 당시 술에 취해 군령권자로서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왔다. 이 대목은 감사원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사건 초기 이명박 대통령은 네 차례의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구조작전과 안보대응태세를 직접 챙겼다. 하지만 구조장비와 인력이 신속하게 배치되지 않는 등의 비효율이 심각했다.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대응과, 청와대와 관련기관을 연결하는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는데도 감사원 감사는 이 대목도 원천적으로 피해나갔다.
이번 감사는 사건의 실체와 책임소재를 규명하기는커녕 오히려 의문점과 미해결의 과제들을 남겼다. 애초 감사원이 나설 때부터 우려되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이렇게 해선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교훈을 얻기도 어렵다. 이런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넘어가선 안 된다. 국회 특위라도 나서서 감사원 감사결과와 민군 합동조사단의 사고원인 조사결과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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