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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실패한 나로호 발사, 너무 서둔 건 아닌가 |
우리나라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2차 발사 과정에서 폭발해 추락했다. 나로호는 발사 137초 뒤 고도 70㎞ 지점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8월 1차 실패 이후 두번째다. 우주개발이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 길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번 실패는 현재의 우주발사체 개발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지난해 1차 발사 실패 때는 위성의 덮개인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아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날아가보지도 못하고 폭발로 추락했다. 페어링이 분리되기 1분30여초 전이다. 너무 어이없는 결과다. 1단 로켓이 폭발하는 바람에 페어링 분리는 물론 1단과 2단 로켓의 분리, 2단 로켓 점화 등은 해보지도 못했다.
일단 책임은 1단 로켓을 제작한 러시아 회사 쪽에 있다. 이유 없이 자체 폭발했다면 연료공급장치 등에 이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사고 원인을 정확히 조사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 쪽에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책임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나로호는 그동안 8차례의 발사 연기와 한차례의 발사 실패를 경험했다. 2차 발사를 앞두고도 지난 7일 전기신호 이상으로 발사체 기립이 5시간이나 지연됐다. 그제는 발사 3시간 전 소방설비가 잘못 작동해 발사가 연기됐다. 그런데도 연기 하루 만에 바로 재발사를 추진했다. 발사 시스템을 충분히 재점검하지 않은 채 혹시라도 다른 이유가 있어 너무 서둔 건 아닌지 궁금하다.
1단 로켓을 전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해온 것도 문제다. 발사 준비 과정에서 우리 기술진은 1단 로켓에 제대로 접근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폭발 원인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러시아 쪽에 전적으로 의존해선 안 된다. 또한 폭발 원인 규명에만 그치지 않고 그동안의 나로호 발사 과정을 원점에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모든 과정을 검토한 뒤 3차 발사 추진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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