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노동자를 무력화하려는 사용자 쪽의 대체용역 투입은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낡은 수법이다. 김 본부장이 대체용역 차의 진입을 몸으로 막고 나선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김 본부장은 레미콘 회사 앞에서 대체용역 노동자들에게 차량 운행을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파업 노동자들 명의의 ‘협조문’에는 “제발 도와주십시오. 용차 여러분이 도와주시면 승리합니다”라는 절실한 당부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대체용역 레미콘차는 김 본부장을 깔고 지나갔다. 현장에는 경찰이 10여명이나 있었다. 경찰은 사람을 친 차가 도망간 뒤에도 ‘왜 저 차를 잡지 않느냐’는 노동자들의 거센 항의 뒤에야 뒤쫓아갔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김 지부장을 친 대체용역 운전자는 경찰조사에서 “사람이 있는지 모르고 차를 몰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 진술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밤중도 아니고 우발적 상황도 아니잖은가. 8일째 파업 중인 충주지역 레미콘회사 세 곳 노동자들은 임단협 협상은 물론, 노조조차 부정하며 대체용역으로 운영하던 회사 쪽이 결국 김 본부장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며 울분을 삼키고 있다.
용역 운전기사가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정부도 레미콘 노동자를 비롯해 ‘특수고용’이라는 구실로 노동권을 거부당해 온 비정규직의 권익보호에 책임지고 나설 때다. 참혹한 희생자가 더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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