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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수권자는 사과하고, 지휘부는 군법회의 회부하라 |
이상의 합참의장이 천안함 침몰 당일 밤 술에 만취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군의 위기대응 태세와 기강에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사태다. 당연히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공개하고 엄정하게 문책해야 한다.
이 의장은 양주 등을 열 잔쯤 마셔 만취한 상태로 사건 당일 밤 10시42분께 국방부 지휘통제실에 도착해 장관 주관 회의에 10분쯤 참석한 뒤 사실상 일을 놓고 잠을 잤다고 군 소식통들은 말한다. 그는 또한 지휘통제실을 비웠다가 자신이 제대로 상황을 지휘한 것처럼 나중에 문서를 꾸몄다고 한다. 합참의장은 전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행사하는 군령권자다. 그런 사람이 위기상황에서 술에 취해 상당한 시간 동안 지휘통제 기능을 놓고 있었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전군의 작전태세에 공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런 정황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감사원은 그제 발표에서 이 의장의 ‘개인적 책임’을 언급하면서도 구체적 행적 공개를 거부했다. 감사원은 또한 이 의장을 비롯한 군 지휘부 인사들에 대해 군인사법에 따른 징계 요청 사실만을 밝혔다. 일부 인사들에 대해 군형법 적용을 요구한 사실을 어제 뒤늦게 공개했으나 군 지휘부를 봐주려는 미온적 태도가 묻어난다. 군형법은 군무태만과 거짓 명령, 통보, 보고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감사원은 문제의 핵심인 이 의장의 개별 행적을 추가로 공개하고 군형법을 적용해 엄중히 문책하도록 해야 한다. 합참은 ‘이 의장이 술은 마셨지만 지휘기능은 유지했다’고 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술을 그렇게 마시고 어떤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청와대에서는 김태영 국방장관의 유임론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천안함 사건의 후속 대응을 잘해서 대통령의 신임을 샀다는 말도 떠돈다. 어처구니가 없다. 이 대통령은 군이 이 지경까지 흔들린 데 따른 책임을 물어 김 장관을 해임해야 마땅하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군 장악능력에 허점을 드러낸 점도 큰 문제다. 사건 초기 이 대통령은 청와대 벙커에서 네 차례나 회의를 주재하면서 상황을 직접 챙겼다. 하지만 결국 군 지휘부가 조작한 허위정보를 토대로 우왕좌왕하다가 국민들한테는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허위발표까지 한 꼴이 됐다. 군 통수권자로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가 반드시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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