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검찰 개혁, 검찰에 맡길 일 아니다 |
스폰서 의혹과 정치적 기소의 남용 등으로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 된 검찰이 어제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다. 기소독점권을 견제할 기소배심제 입법을 추진하고, 그 이전에라도 검찰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중요 범죄의 기소·불기소 여부를 심의한다는 내용이다. 감찰본부 신설, 검사 범죄를 수사할 특임검사제 도입 등도 함께 발표했다.
검찰은 고강도 개혁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위기감이 큰 탓이겠다. 특히 온갖 비리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무소불위의 기소독점권을 스스로 제한하겠다고 나선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검찰 안대로 불기소는 물론 기소 여부에 대한 사전 심의까지 실질적으로 이뤄진다면 그 효과는 작지 않을 것이다. 감찰본부장을 외부 인사로 임명해 권한을 확대하기로 한 것도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개혁안이 검찰 다짐대로 실제 제 기능을 할지는 미지수다. 검찰시민위원회부터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법정에서처럼 쌍방이 다투는 게 아니라 검찰 주장과 증거만 일방적으로 제출되는 구조에서 검찰 소속 위원회의 민간위원들이 검찰 틀을 벗어난 반대 의견을 내놓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위원회의 모태인 현행 수사심의위원회도 검찰 뜻을 추인하는 거수기에 그친다는 비판이 무성한 터다.
기소배심제 입법 방안도 추진 의지가 의심된다. 검찰은 기소배심제를 재판배심제 전면 도입 및 배심평결 강제력 부과와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헌법까지 바꿔야 하는 문제가 된다. 언제 이뤄질지 장담하기도 어렵다. 기소배심제를 도입할 뜻이 진정으로 있다면 이런 식의 조건을 달아선 안 된다. 특임검사제도 검찰총장이 지명하는 검사가 다른 검사의 범죄를 수사한다는 것이니, 제 식구 봐주기 아니냐는 뿌리깊은 의심을 벗긴 어렵다. 역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다.
이 정도로 국민의 불신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검찰의 큰 착각이다. 그동안 드러난 검찰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자면 미봉책보다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 방향도 분명하다. 검찰의 지나친 기소 재량을 분산하고 견제하려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나 상설특검 설치 등 큰 틀의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검찰의 권력지향적 패거리 문화를 불식하려면 인사·조직 제도부터 전면 개편해야 한다. 검찰 개혁의 이런 과제를 자정능력을 의심받는 검찰 손에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