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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려스러운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 |
북한이 우리 군의 대북심리전 확성기 설치에 대해 ‘서울 불바다’ 등의 표현까지 동원해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엊그제 ‘중대포고’를 통해 대북방송에 대한 군사적 대응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비례적 원칙에 따른 1대1 대응이 아니라 서울의 불바다까지 내다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지난 1994년에도 남북실무접촉 과정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된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이 발언이 전해지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남한 국민들 사이에 반북 대결 감정도 크게 확산됐다. 북한의 이번 서울 불바다 발언은 한반도 위기지수가 정확히 16년 전으로 돌아갔음을 극명히 보여준다.
북한은 이미 지난달에 남쪽이 대북방송을 재개할 경우 확성기 등을 조준 격파사격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발언은 위협의 수위를 한층 높여 대북심리전 재개를 막고 남북간의 기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엄포용 성격이 짙어 보인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한반도가 살얼음판을 걷는 위태로운 형국에서 북한이 입에 담지 못할 자극적인 표현까지 동원해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남북한은 대북심리전 재개 문제를 놓고 치킨게임을 하는 양상이다. 우리 군 당국은 군사분계선 부근 등에 확성기 설치를 끝낸 뒤 방송 재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서울 불바다 발언은 우리 군의 자존심을 자극해 뒤로 물러서기 더욱 어렵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의 조준격파-남쪽의 대응사격으로 군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의 위협적 발언은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남쪽의 대북심리전 재개가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심리전은 말 그대로 ‘전쟁’이다. 그래서 국제적으로도 심리전이라는 표현 자체를 꺼리는 추세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버젓이 대북심리전이라는 말을 선호하고 있다. 게다가 전쟁이 다른 전쟁을 부를 위험성까지 대두된 상황이다. 그런데도 전단지 살포나 확성기를 동원한 대북 선전을 강행해야 하는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대북선전전은 북한을 자극만 할 뿐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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