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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본유출입 규제, 시급하고도 적절한 조처다 |
외환위기 이후 거의 제한 없이 이뤄져온 국외 자본유출입에 대해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내 은행과 외국은행 국내 지점의 선물환 매입 한도를 설정해 과도한 외화차입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국내 은행에 대한 외화유동성비율 규제를 강화하고, 외국은행 국내 지점에 대해서는 비슷한 기준을 도입하기로 했다. 거의 10여년 만에 처음 시행하는 자본유출입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금융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행된 무제한적인 자본시장 자유화 때문에 급격한 자본유출입이 반복돼왔다. 또 이로 인해 언제든지 금융위기에 휩쓸릴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금융위기 때는 넉달 동안 무려 700억달러의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처는 거시경제의 건전성을 높이고 새로운 금융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조처로 평가된다. 특히 선물환 한도 제한은 불필요한 국내 은행의 외화 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번 조처를 적극 환영한다.
그동안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운 또다른 주역은 외국은행 국내 지점들이었다. 이들은 본점으로부터 단기 자금을 저리로 차입해 국내에서 장기로 운용하면서 위험 부담 없이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다. 그러다 보니 장단기 자금의 만기 불일치로 인한 위험요인이 상존해왔다. 또 위기가 닥쳐 본점 사정이 어려워지면 일시에 자금을 빼가면서 국내 금융시장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금융위기로 다국적 투자은행들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외국은행 국내 지점에 대한 자본유출입 규제는 당연한 일이다. 안정적인 외화자금 공급 창구로만 여겨왔던 과거의 시각은 이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금융·실물 부문의 개방도가 세계 최고 수준에 와 있다. 따라서 외화 유출입에 대한 적절한 완충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금융시장의 충격이 없도록 유연하게 이번 조처를 시행해가기 바란다.
다만 한국투자공사(KIC)의 외환보유액 운용을 30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늘리겠다는 대책은 이해할 수 없다. 한국투자공사는 이미 외화자산 운용에서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수익률이 낮은데다 위기 때 큰 손실을 보는 등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투자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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