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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14 20:09 수정 : 2010.06.14 20:09

6·2 지방선거로 분출된 민심의 거대한 폭풍도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미풍에 불과했다. 이 대통령은 크게 흔들리지도, 변하지도 않았다. 어제 이 대통령이 한 대국민 연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갈 길을 계속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선거가 끝난 뒤 오랫동안 계속된 이 대통령의 침묵의 시간도 결국 성찰과 반성의 시간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 대통령의 연설은 지방선거에 패한 대통령의 연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내용이었다. “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짤막하고도 의례적인 ‘립서비스’만 있었을 뿐이다. 오히려 “역사의 큰 흐름에서 대한민국은 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따위의 자화자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대통령의 기본적인 인식이 이러하니 국정운영 쇄신 요구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국정 기조는 확고하게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한마디로 잘라버렸다. 여권에서 분출하는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서도 “남의 탓을 하기 전에 ‘내 탓’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차갑게 맞받아쳤다.

이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이 여전하다는 사실은 무엇보다 세종시와 4대강 사업에 대한 태도에서 확인된다. 지방선거로 두 사업에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은 안중에 없다는 듯 “정책적 사안이 정치적 사안이 되어 국론분열이 극심”해졌다고 여전히 딴소리를 했다. 세종시 문제의 경우, 정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수정안을 스스로 철회하는 게 마땅한데도 국회에 공을 떠넘겨버렸다. 그동안 자초한 국론 분열과 국력 낭비에 대한 사과도, 원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다짐도 일절 없었다.

4대강 사업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것에 비하면 그나마 세종시 처리 방향은 나은 편이다. 이날도 이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는 생명 살리기 사업” “대한민국 발전의 견인차” 등의 말을 고장난 테이프처럼 되풀이했다. 4대강 사업에 관한 한 국민의 반대가 아무리 거세도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완고한 고집이 묻어난다. 이 대통령은 말로는 “더 많은 토론과 의견 수렴”을 강조하긴 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 역시 진심이 담긴 열린 자세라기보다는 모양 갖추기 정도에 불과해 보인다. 오히려 앞으로 물량공세를 동원한 홍보전이 더욱 강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발언으로 들린다. 이 대통령을 변하게 하려면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준 연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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