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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16 21:45 수정 : 2010.06.16 21:45

노무현 정부 시절 적법 절차를 밟아 방북했던 인사 27명에 대해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두고 수사중이라고 한다. 전임 정부에서 허가를 받았던 인도적 목적의 방북을, 그것도 3년이나 지난 시점에 들춰내 수사하는 행태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울산지방경찰청은 2007년 국수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러 평양을 방문했던 울산지역 민간인과 공무원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주체사상탑 참배 등 김일성 주석 찬양·고무 활동을 했는지가 수사 초점이라고 한다. 경찰의 이런 움직임은 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당시 적법 절차를 거쳐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을 두고 느닷없이 국가보안법 적용을 거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경찰 수사가 지방선거에 출마한 야당 후보 옥죄기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방북을 이끌었던 김종훈씨는 민주노동당 구청장 후보로 출마했는데, 선거기간 중 경찰 수사 탓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김 후보가 당선돼도 구속될 수밖에 없다는 말을 경찰 쪽에서 흘렸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수사당국이 국가보안법을 정치적으로 휘두른다고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면 그동안 수많은 남북교류 활동은 모두 처벌 대상이 되게 된다.

그러잖아도 최근 수사당국에 의한 국가보안법 남용이 우려돼온 터다. 대표적으로 검찰은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사건 관련 의견서를 보낸 참여연대에 국가보안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참여연대는 안보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견해를 달리했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다른 규제 방법이 마땅하지 않자 보안법 적용을 들먹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천안함 사건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던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을 공안사건으로 다루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권위주의 정권 시대에 ‘막걸리 반공법’이란 게 있었다. 수사기관은 당시 서민들이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은 것을 덜미잡아 간첩과 공안사범을 만들어냈다. 반공법은 규율 대상을 포괄적으로 열어놓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갖다 붙이기가 편리했다. 정부와 견해가 다른 시민단체를 옥죄고 야당 후보를 탄압하는 데 국가보안법을 멋대로 적용하려는 지금 수사당국의 모습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막걸리 반공법 시절로 역주행하는 권력기관의 행태가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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