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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통’하랬더니 ‘협박’하는 여권 고위층 |
정부·여당 고위 관계자들의 민심 역행 발언이 줄을 잇고 있다. 정운찬 총리는 엊그제 국회에서 “지방선거는 지방권력 교체를 위한 것이지 국민투표는 아니다” “4대강 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등의 ‘소신’을 토해냈다. 심지어 “전국적으로 보면 세종시 수정안 찬성이 50%가 넘는다”는 엉뚱한 말까지 했다.
정 총리의 이런 발언은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에 귀막고 선거의 의미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여권이 이미 포기한 세종시 문제를 붙들고 끝까지 자기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다. 상황이 이쯤 됐으면 평지풍파를 일으킨 당사자로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자숙하는 게 올바른 태도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한술 더 뜬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들의 뜻을 모아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면 해당 구간은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예산 삭감’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4대강 사업을 어떤 구간은 하고 어떤 구간은 하지 않겠다는 게 얼마나 비현실적인 발상인지 그가 모를 리 없다. 중앙정부가 예산을 회수할 법적 권한이 있다고 해도 4대강 문제가 그런 무리수를 동원해 풀어나갈 사안이 아니라는 점도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러 어깃장을 놓고 협박을 하는 것이다. 선거에 나타난 민심의 요체는 바로 이런 오만한 자세를 버리라는 것인데, 정작 돌아온 응답은 오만의 극치다.
정 총리나 박 수석 등은 엄밀히 말해 여권의 인적쇄신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자신들이 이런 발언을 할수록 국민들 사이에 ‘이런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이 꼴이구나’ 하는 확신이 더 강해질 뿐임을 알았으면 한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부결되더라도 국회법을 동원해 본회의까지 끌고가겠다는 한나라당의 방침은 더욱 어이가 없다. 한나라당은 누가 찬성하고 반대했는지 ‘역사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애초 국민적 합의로 만들어진 세종시법을 휴짓조각으로 만들며 국론 분열과 국력 낭비를 초래한 사람들이 누구이며 행태가 어땠는지를 낱낱이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여권은 제발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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