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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참여연대에 대한 공격은 ‘시대착오적 마녀사냥’이다 |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서한을 유엔에 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공격을 받고 있다. 당장 폭력의 위협이 심각하다.
그제와 어제,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선 보수단체들의 폭력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사제 군복을 갖춰 입은 한 시위대는 가스통과 시너병을 차량에 매달고 사무실로 돌진하려 했다. 테러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시위대는 출입하는 이들에게 막말과 욕설로 위협을 가했고, 몇몇은 실제로 사람을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횡행했던 백주의 폭력이다. 우리 사회가 그 시대로 퇴행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정부와 일부 신문의 행태 역시 위험하기 짝이 없다. 참여연대 서한에 대해 정부의 여러 기관은 일제히 ‘국민으로선 해선 안 될 이적행위’라고 비난했다. 몇몇 신문은 대놓고 색깔공세를 폈고, 검찰은 참여연대를 북한 동조 혐의로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일사불란한 대북 대결태세 외의 다른 목소리는 일체 허용할 수 없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비정부기구에까지 정부와 같은 목소리를 강요하는 것이니, 표현과 사상의 자유 등 민주적 기본권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다. 이런 시대착오적 국가주의는 거리의 폭력 못잖게 야만적이다. 자칫 우리 사회를 지금보다 더한 갈등과 분열로 몰고갈 수 있다.
참여연대에 대한 공격이 천안함 파문의 진실을 덮기 위한 것이 아닌지도 의심된다. 정부는 참여연대 서한으로 북한에 제재를 가하려는 국가 외교에 치명적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유엔에선 진작부터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에 부정적이었다. 미국이 소극적 자세로 돌아선 지도 오래다. 정부의 천안함 외교가 고립 상태라는 평가는 이미 파다했다.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과학적·합리적인 근거에서 크고 작은 의문이 적잖이 제기되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정부나 보수 언론은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대신 참여연대를 외교 실패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마녀사냥을 하려 드는 형국이다. 다음달 말 국회의원 재보선을 염두에 두고 그러는 것이라면 더 한심하다.
이런 논란을 불식하려면 정부 스스로 국제적 조사와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공감과 합의를 얻어낼 토대도 없이 무조건 믿으라고 종주먹만 들이댄다고 불신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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