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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다시 변죽만 울리다 꼬리내린 여권 쇄신운동 |
이번에는 제대로 해낼 것이라고 본 사람이 애초부터 드물긴 했다. 변죽만 울리다가 몇몇 인사의 ‘자리 차지하기 놀음’으로 변질하지 않겠느냐고 많은 이들이 예상했다. 한나라당의 쇄신운동이 딱 그런 꼴로 흘러가고 있다.
지방선거 패배 직후 소장파 의원들의 기세는 자못 등등했다. 이들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바로잡으라는 국민의 요구를 준엄히 받아들이”(6월10일 초선의원 연판장)겠다고 다짐했다. 세종시 및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선 국민 여론을 수렴할 뜻을 밝혔으며, 당·정·청 인적쇄신도 요구했다. 그러던 이들이 이제 사실상 완전히 꼬리를 내렸다. 이들은 이 대통령의 며칠 전 텔레비전 연설에 요구사항이 반영됐다고 주장한다.
도대체 달라진 게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더욱 고집스럽게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폭력적으로 반대의견을 억누르는 행태는 오히려 더 심해졌다. 참여연대에 대한 공격이 대표적 사례다. 선거민심에 역행하는 모습이 눈앞에 바로 보이는데도 이른바 쇄신파들의 입에선 아무 얘기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한나라당에는 당권 경쟁만 남았다. 쇄신파 인사들은 세대교체를 내걸고 지도부 진입을 노리고 있다. 진정성을 평가해주기에는 너무 얄팍한 태도다. 국민들한테 중요한 것은 국정 잘못을 바로잡는 데 용기를 발휘하는 일이다. 그러지 못하면서 생물학적으로 나이가 젊다는 점만을 내세우는 것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세대교체가 아니라 ‘엠비세대’의 등장이며 ‘박근혜 흔들기’ 용도라는 의심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선거 당시 고위 당직을 맡아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앞다퉈 당권 경쟁에 나서는 모습도 볼썽사납다. 법원 결정을 어기고 전교조 명단 공개에 앞장선 인사들이 반성 없이 여전히 쇄신파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도 가당찮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나라당에서 쇄신운동이 분출했다가 유야무야되는 것이 이번으로 세번째다.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반성과 인적개편 등을 목청 높여 외치다 슬그머니 변질해가는 과정도 동일하다. 쇄신을 주장한 인사들의 면면도 거의 같다. 이번에도 이들은 어김없이 ‘청와대 친위대’로 변신했다. 용두사미가 되풀이되니 국민의 불신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국정의 중요한 한 축인 집권당이 이런 모습을 보이니 나라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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