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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21 22:17 수정 : 2010.06.21 22:17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뒤 메가뱅크(초대형은행) 논란이 한창이다. 어 내정자는 “메가뱅크는 당장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우리은행 인수 의향을 밝힘으로써 메가뱅크 논란을 촉발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 금융산업의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엉뚱한 주장일 뿐 아니라 우리 경제를 한순간에 뒤흔들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어 내정자의 은행 대형화 논리는 단순하다. 국내 은행들이 소규모여서 국제경쟁력이 미흡하기 때문에 세계 50위권 은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케이비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자산규모가 650조원에 이르러 단숨에 세계 50위권에 진입한다. 하지만 덩치만 세계 50위권이 된다고 경쟁력까지 50위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대형화는 오히려 부실 가능성만 더 키울 뿐이다.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수익구조가 취약하고 생산성이 낮아서이지 규모가 작아서가 아니다. 지금은 메가뱅크 논란을 벌일 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은행 자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특히 최근 리딩뱅크로서의 위상을 잃어버린 케이비금융의 수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메가뱅크가 반드시 세계적인 추세도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은행 대형화를 막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대형은행일수록 일단 위기에 빠지면 금융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변화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메가뱅크를 추진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이 내정자가 구상하는 대로 케이비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도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으로 서로 강점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영업행태가 비슷한 상업은행이어서 보완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중복 점포 축소 등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노사 갈등만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메가뱅크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덩치만 키운다고 경쟁력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엠비맨’인 어 내정자가 정부 대리인 역을 자임하며 불도저처럼 밀어붙일 일은 더욱 아니다. 어 내정자는 더이상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말고, 낙하산 인사에 따른 내부 동요나 진정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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