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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가는 권력의 횡포, 총리실 불법 민간인 사찰 |
국무총리실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린 시민을 불법 내사하고 은행거래 중단 압력 등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이 시민은 자신이 운영하던 사업체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말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법도 절차도 깡그리 실종된 무법천지가 아닐 수 없다.
2008년 가을부터 시작된 이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불법과 탈법의 연속이었다. 우선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공직윤리와는 전혀 무관한 사안에 엉뚱하게 개입해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 총리실은 아예 자신들이 직접 시민 김아무개씨의 사무실을 찾아가 경리장부 등을 압수했다. 총리실이 곧바로 검찰이요 수사기관이었다. 총리실 직제규정이나 공직윤리 업무규정은 말할 것도 없고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압수수색 영장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것도 모자라 총리실은 김씨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던 은행의 고위 인사를 만나 압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직권남용죄를 비롯해 법률 위반 행위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검찰과 경찰이 죄 없는 시민을 어떻게 옭아매는지도 이번 사건은 극명하게 보여준다. 총리실의 수사의뢰를 받은 서울 동작경찰서는 애초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경찰서장은 담당수사관까지 바꿔 재수사를 시켰다고 한다. 총리실이 경찰을 닦달했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경찰은 김씨를 정보통신이용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 역시 지난해 10월 무죄가 아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총리실과 경찰·검찰이 짜고 무고한 시민을 범법자로 옭아맨 것이다. 이미 200만명 이상이 본 동영상 하나를 블로그에 올렸다고 해서 이렇게 철저한 응징을 당했으니 참으로 무섭고 소름끼치는 세상이다.
총리실은 어제 국회 답변에서 “민간인에 대한 조사는 잘못됐다. 상황을 파악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정도로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총리실의 불법 사찰에서부터 검경의 청부수사 등 전 과정을 낱낱이 조사해 책임자를 가려내 엄중처벌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도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국민의 인권이 무시되는 상태에서는 선진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나라는 선진일류는 고사하고 ‘후진삼류국가’도 못 된다. 이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처리되는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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