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양경자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스스로 물러나야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에 이명박 대통령 참모 출신인 양경자 전 의원이 임명되자 장애인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관련 단체 51곳은 최근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양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는 그가 퇴진할 때까지 공단과 공단의 소관부처인 노동부가 하는 행사나 회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장애인을 위한 기관의 장이 당사자들한테 거부당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양 이사장 임명은 여러 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공단 설립 목적에 비춰볼 때 적절한 인사가 아니다. 공단은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장애인 고용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이사장의 첫번째 자격은 전문성이다. 하지만 양 이사장은 경력으로 볼 때 전문성 있는 인사라 하기 어렵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장애인 관련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본인은 최근까지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장을 맡은 걸 내세우고 있지만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경력이다.
이사장 심사위원을 했던 김정록 한국지체장애인협회장은 양 이사장이 심사 과정에서 장애인연금 액수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그가 후보자 3명 가운데 가장 전문성이 약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전문성 없는 인사가 주요 현안인 장애인연금에 대해 미리 알아보는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관련 경력도, 전문성도 없고, 장애인 관련 업무에 대한 의지조차 의심스런 이가 이사장이 된 이유는 그의 이력을 보면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는 이 대통령과 같은 대학인 고려대를 나왔고 현재 고려대 여성교우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을 치를 때 특보·홍보 부위원장 따위를 맡아 그를 도왔다. 이번 인사가 대통령 측근 챙기기라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비장애인한테는 공단 이사장이 수많은 기관장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장애인들한테는 참으로 중요한 자리다.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철옹성같이 굳건한 장애인 차별을 허물기 위해서는 의지와 전문성을 갖춘 기관장의 존재가 장애인들에게 더없이 큰 힘이 된다. 이런 자리까지 정치적 논공행상의 대상이 되는 건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양씨는 장애인을 위해 제대로 일할 사람이 이사장을 맡을 수 있도록 스스로 물러나는 게 도리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