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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룬 한마음의 열망 |
새벽을 깨운 함성이었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첫 원정 월드컵 16강에 오르는 순간, 온 국민은 순일한 기쁨의 환성으로 함께했다. 굴하지 않고 잘 싸운 선수들에게 보내는 박수는 뜨겁다.
한국 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대표팀은 어제 나이지리아전에서 한 골을 먼저 내줬지만 당황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동점골과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추격을 허용하면서 살얼음 같은 긴장과 아찔한 위기가 이어졌지만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크고 작은 실수에도 서로 격려하면서 지닌 실력을 한껏 발휘했다. 직전 경기에서 대패한 아픔을 딛고 팀 전체가 목표에 다시 집중하는 저력도 보여줬다. 상대에게 주눅들고 벅찬 기대에 긴장하며 허둥대기 일쑤였던 과거와는 달랐다. 한국 축구가 기술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만큼 성숙한 것이다.
이런 힘이 절로 생긴 것은 아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뒤 한국 축구는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뤘다. 박지성·이영표 선수 등 2002년 세대는 유럽 등 선진축구 무대로 진출해 값진 경험을 쌓았다. 새롭게 정비된 축구 인프라에 힘입어 체계적인 기본기 교육을 받은 이청용·기성용 선수 등 신세대는 두려움 없는 자신감과 선진축구의 마인드로 무장했다. 이렇게 갖춰진 기술과 경험 위에서 탄탄한 조직력, 다양한 공격전술, 경기를 지배하는 여유가 생길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성취는 우연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쾌거다.
국민은 이런 한국 축구에 마음을 실었다. 많은 이들이 단잠을 포기하고 거리와 집에서 한목소리로 대표팀을 응원했다. 온갖 사회적 갈등과 답답한 현실에 지친 우리 모두의 마음을 한 방향으로 모을 수 있는 ‘하나됨’의 열망이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이겠다. 대표팀의 분전에서 고난을 딛고 다시 일어나는 용기도 얻으려 했을 것이다. 이런 염원을 모은 한국 축구가 더욱 전진해 더 큰 꿈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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