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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29 20:35 수정 : 2010.06.29 20:35

경찰 지휘부가 과도하게 실적경쟁을 몰아붙인 탓에 양천경찰서 고문·가혹행위 사건이 벌어졌다는 현직 경찰서장의 고발이 나왔다. 검거 실적과 점수 따위만 강조되면서 경찰조직에서 국민의 인권과 안녕, 법절차 준수 등은 경시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지금 같은 실적주의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또다른 가혹행위가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과도한 실적주의의 폐해는 경찰 안팎에서 진작부터 지적돼온 일이다. 범죄별로 검거점수 따위를 정해놓고 이를 인사에 반영하겠다며 옥죄다 보면 일선 경찰 스스로 순찰 등 범죄 예방 활동이나 대민봉사 등 점수가 안 되는 일에는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배점이 낮거나 해결이 어려운 범죄 수사엔 의욕을 보이지 않고, 손쉬운 수사에만 치중하는 일도 다반사다. 훈방조처를 해도 될 이들을 굳이 애꿎은 범죄자로 만들거나, 양천서 고문 사건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찰이 국민을 실적 올리기의 대상으로 삼는 꼴이다.

이런 풍토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도 따져야 한다.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채수창 서울 강북경찰서장은 서울경찰청장이 잘못된 조직문화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기존에 있던 형사성과제도를 인사에 반영하도록 하면서 과도한 실적경쟁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과와 효율만 앞세우는 실적주의의 뿌리는 그보다 더 깊어 보인다.

경찰 조직이 인권이나 민주적 절차 따위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게 된 것은 그렇게 해도 뒤탈은커녕 상을 받게 된다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이명박 정부 들어 시민을 폭도로 취급하며 폭언과 폭행을 저질렀거나 무리한 진압 등으로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위협했던 경찰 간부들은 대부분 아무런 인사조처도 없이 영전하거나 현직을 지켰다. 경찰은 또 지난해 국가인권위의 권고의견 가운데 60% 이상을 대놓고 무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찰 직무집행 과정에서 사소한 잘못은 문제 삼지 않겠다”며 성과우선주의를 내세운 데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분석이 아니다.

정부와 경찰은 양천서 사건을 몇몇의 일탈로 외면해선 안 된다. 강북서장의 고발도 하극상 따위로 폄하할 일이 아니다. 이를 경고 삼아 근본적인 인식 전환과 제도개편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국민의 더한 외면과 질타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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