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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력 비선조직의 독직, 왜 수사하지 않나 |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진상규명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데도 정부는 열흘 넘게 미적대고만 있다. 의혹의 핵심인 이인규 지원관을 대기발령한 것 말고는 아무런 조처가 없다. 검찰 등 수사기관은 제 일이 아닌 양 모르쇠다. 누가 뒷배를 봐주기에 이러는지 의아할 정도다.
이인규씨 등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혐의는 더할 나위 없이 분명해 보인다. 이 조직의 민간인 사찰부터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행위다. 대통령령에는 공직윤리지원관의 업무를 공직자의 사기진작 및 고충처리, 우수공무원 발굴, 공직기강 확립 등 공직자들에 대한 일로 제한하고 있다. 민간인 사찰은 권한 밖의 일이다.
형법상 직권남용의 혐의도 한둘이 아니다. 지원관실 직원들은 민간인인 김아무개씨 회사의 직원들을 불러 조사하고 영장도 없이 회사 서류를 압수했다. 김씨가 거래하는 은행 간부들을 만나 김씨에 대한 ‘조처’를 다짐받고, 일선 경찰서에는 김씨 수사를 강제했다. 하나하나가 다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재산상 손해까지 끼쳤으니 국가배상의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또 국무총리실장은 전혀 보고받은 바 없다는데도 실장 명의로 직인까지 찍힌 수사의뢰 공문이 경찰서에 보내졌다니 공문서 위조의 혐의도 있다.
이쯤 되면 즉각적인 수사와 엄한 처벌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나아가 민간인 불법사찰이 이번 사건뿐인지도 밝혀야 한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촛불집회 직후인 2008년 7월 만들어졌다. 그즈음부터 이전 정권 인사들이나 시민단체 등을 겨냥한 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수사가 줄을 이었다. 김씨에 대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도 비슷한 때 이뤄졌다. 김씨 말고 또다른 민간인 불법사찰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한 전면 조사가 불가피한 이유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총리실 산하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청와대에 직접 보고했다고 한다. 활동 내용은 물론 그 편제조차 비밀이다. 투명하지 않은 조직이다 보니 직권남용 따위 독직과 법절차를 무시한 횡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그 가운데는 권력 주변 사조직과 관련됐다는 의심도 있다. 애초 이런 비선조직을, 그것도 공무원조직에 둔 것부터가 시대착오적인 잘못이다. 철저히 수사해 뿌리를 뽑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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