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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좌절한 의전원 실험, 개혁의 끝이 돼선 안 된다 |
정부가 의과대학의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전환을 사실상 포기하는 의학교육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형식상 의전원과 의과대학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지만 주요 대학들이 대부분 의과대학으로 복귀를 희망하고 있어 의전원 제도가 제대로 시행도 못해보고 고사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의전원 제도는 애초 다양한 학부생들에게 의대의 문을 개방하고 입시에서 우수 학생들이 의대에만 몰리는 현상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2005년에 도입됐다. 폐쇄적인 기존 의사양성 구조를 깬다는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였다. 그러나 대학원 중심 체제가 정착돼 있지 않은 우리 교육 여건에서 현실의 벽은 높았다. 무엇보다 이공계 학생들이 대거 의전원 시험을 준비하는 바람에 이공계 학과들의 교육이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또 교육 내용에서 의대와 차이가 없는데도 의전원의 등록금이 훨씬 비싸고 교육 기간이 길어지는 등 실질적으로 교육 기회를 제한하는 부작용을 불러오기도 했다.
의전원 제도 도입에 따른 현실적인 문제가 나타나는데다 대부분의 대학이 과거 체제로 복귀를 희망하고 있어 교육제도 선택을 대학 자율에 맡긴 이번 조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제도 실시 성과를 제대로 검증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불과 5년 만에 의학교육정책을 다시 뒤집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특히 정부가 의전원 제도의 부작용을 해소할 개선 방안을 찾기보다 기존 의료계의 목소리만 대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지금 나타나는 문제점들은 애초부터 예상됐다. 의전원 제도의 긍정적인 취지를 살려나가려는 고민이 부족했던 셈이다.
주요 대학들이 의대 체제로 복귀할 경우 입시생들의 의대 진학 열풍이 재연될 게 분명하다. 대학들 역시 우수 학생을 유치해 학교 명성을 높이기 위해 너도나도 의대 설립에 나설 가능성이 다분하다. 의대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싹쓸이하기 위한 대학 서열화의 중심에 서게 되는 꼴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무런 제도 보완 없이 과거 체제로의 복귀만을 허용한 정부 방침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나마 의학교육제도 개혁의 취지를 살리자면 의전원 잔류 대학들에 대한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의전원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기존 체제의 개혁 방향을 모색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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