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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상승만큼 걱정스런 ‘위기 불감증’ |
중동산 두바이유 값이 최근 배럴당 51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인 33.64달러에 견주어 50% 넘게 올랐다. 두바이유는 우리나라가 주로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의 가격 기준이 되는 유종이다.
비수기인데도 기름값이 고공행진하는 건 시장 상황이 그만큼 불안한 탓이다. 세계 원유 생산능력의 여유는 거의 바닥난 상태라고 한다. 원유생산 능력은 하루 8500만 배럴 수준인데, 소비량이 8400만 배럴 안팎까지 따라잡았다. 그런데도 중국·인도 등 ‘브릭스’ 국가를 중심으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상황이 고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에서 대규모 테러라도 발생하면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기름값이 오르는 걸 비산유국인 우리가 어찌 해볼 도리는 없다. 그렇다면 위기에 대비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할 터인데, 모두 강건너 불보듯 하고 있다. 지난해 1.3% 줄었던 석유 소비량은 올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부한테서도 긴박감을 찾기 어렵다. 정부는 88개 에너지정책 과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충격요법을 쓰지 않아서 가만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해명한다. 산업자원부내 자원정책실이란 일개 실에 맡겨두고 다들 뒷짐지고 있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낯간지럽다.
우리나라는 세계 3위의 원유 수입국이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북유럽 등 추운 지역과 미국을 제외하면 최고 수준이다. 1970~80년대 석유위기를 겪은 뒤 국외 유전개발을 확대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말로는 누차 떠들었지만 원유 자급률이나 대체에너지 이용률은 제자리걸음이다. 위기가 닥치면 그때 또 허둥대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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