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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포회’ 의혹, 꼬리자르기로 끝내선 안 된다 |
국무총리실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이 확인됐다며, 어제 검찰에 이인규 지원관 등 관련 공무원 4명의 수사를 의뢰했다. 늦긴 했지만 불법 혐의가 확인된 만큼, 검찰은 관련자 수사에 적극 나서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총리실은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가공무원법상의 성실의무 위반 따위를 문제삼았을 뿐, 형법상 직권남용 등 위법 의혹 대부분에 대해선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의아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총리실 발표 뒤엔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아온 박영준 국무차장이 나서서 자신의 관여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영일·포항 출신 공직자 모임 ‘영포회’도 이인규 지원관과 그에게서 보고를 받았다는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이 회원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영포회 활동에 참여했다는 과거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뒤늦게 아니라는 해명이 나왔다. 몇몇 공무원의 일탈행위로 이번 일을 덮으려고 일제히 나선 게 아니냐고 의심할 만하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국민이 납득하기는 이미 어렵게 됐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2008년 창설돼 2년 넘게 활동해온 비선조직이다. 이번 논란도 이 조직의 활동 초기에 불법사찰을 받은 민간인이 헌법소원을 내면서 뒤늦게 알려졌으니, 그동안 이 못지않은 불법과 탈법이 또 없으리라곤 도저히 믿기 어렵다. 경찰·국세청·금융감독원 등 권력기관의 파견을 받은 40여명의 직원들이 주로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조사활동 따위를 벌였다니, 정권 보위를 위한 별동대라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국회 차원의 조사와 검찰의 전면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봐야 한다.
영포회 의혹에 대해서는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안에서도 비난하고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영포회로 상징되는 특정 지역 출신 대통령 주변의 전횡이 그만큼 심하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에도 이를 비판하는 주장이 정권 안에서 심심찮게 제기됐다. 자신들이 영포회의 공식 회원이 아니라는 따위의 눈 감고 아웅 하는 미봉책으론 이번 사태가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다. 이 대통령은 비선조직의 독직과 불법을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이런 식의 편법과 탈법이 더는 없도록 주변을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불신과 외면으로 이어지는 일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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