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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전조처 단 하나만이라도 지켰다면 |
지나간 일에 ‘만약’이라는 가정을 달아보는 건 부질없다. 24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대교 인근 버스 추락 참사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과거사가 되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두고는 부질없는 가정이 거듭 그리고 잇따라 이어지는 걸 어쩔 수 없다. 사고 원인을 제공한 마티즈 승용차 운전자가 안전삼각대만 설치했더라면, 사고 버스가 안전거리만 충분히 확보했더라면, 그것도 아니면 도로 가드레일이라도 조금만 더 튼튼했더라면…. 실제로 그랬다면 이런 대형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터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사소해 보이는 교통법규나 안전수칙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웅변하는 참극이다. 문제는 이런 안전불감증이 우리 사회의 국민적 증상으로 굳어져 있다는 점이다. 안전삼각대 문제만 해도 그렇다. 시민교통안전협의회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등록된 차량 1748만대 가운데 무려 37%가 삼각대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새 차를 사면 공구세트와 함께 삼각대가 무료로 제공되지만 그런 사실 자체를 모르는 운전자가 태반이다. 당장 뒤트렁크를 열어 삼각대가 있는지 확인해보자. 야간 긴급상황에 대비해 야광봉 등도 챙길 필요가 있다. 대형 사고를 막는 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운전할 때 앞차와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운전습관의 중요성도 마찬가지다. 사고를 낸 버스는 규정속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나 앞차와 불과 2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던 탓에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우리 주변엔 앞차 꽁무니에 바짝 붙여 운전하는 습성을 가진 운전자가 너무 많다. 모두 달리는 흉기들이다.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재빨리 비상등을 켜서 뒤따르는 차량에 경고를 하는 것은 운전면허 시험 때부터 강조되는 안전수칙이다. 하지만 사고 버스 앞을 달리던 1t 화물차는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이런 부주의가 모여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당국이 해야 할 일은 더 많다. 사고가 난 도로 난간의 가드레일 밑부분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흙에 박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런 부실한 가드레일이 이곳 한 군데뿐이겠는가. 이번 기회에 각종 안전시설과 도로 순찰 등 안전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갖고 교통문화의 질을 한 단계 높이지 않으면 이런 대형 참사는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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