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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06 23:56 수정 : 2010.07.06 23:56

불법 민간인 사찰의 피해자가 또 드러났다. 이번엔 노동조합 간부다. 한국노총 공공노조연맹의 배정근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총리실에 파견된 경찰관 등 두 명이 자신을 미행했다고 그제 언론에 밝혔다. 배씨 말로는 각종 뒷조사도 있었다고 한다. 총리실도 사찰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짐작대로 불법 민간인 사찰은 우연히 벌어진 예외적인 일이 아니었다. 이들 말고 제3, 제4의 사찰 피해자는 또 없겠는가.

총리실은 배씨가 공기업인 건강보험공단 직원 출신으로 근무시간 중에 골프를 친다는 제보가 있어 확인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공직기강 점검 대상이라는 것이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배씨는 공기업 직원이라기보다 민간조직인 노총의 간부다. 더구나 당시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을 담은 노동관계법 개정을 놓고 노총과 정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때였고, 배씨는 노총 안에서 정부와 합의하지 말 것을 주장하는 대표적 인물이었다. 정황으로 보면 정부에 반대하는 이의 흠을 찾아내 ‘본때를 보이겠다’고 사찰에 나선 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생각으로 권력을 휘둘렀다면 폭력배의 협박 행태와 다를 바 없다. 누가 이런 직권남용을 주문했는지 밝혀내야 한다.

이와 비슷한 불법 사찰이 또 없었는지도 본격적으로 찾아야 한다. 애초 피해자였던 김종익씨는 비비케이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린 수많은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비선조직이 그를 사찰 대상으로 삼았다면 같은 이유로 다른 사찰 대상자들이 더 있을 수 있다. 정부 정책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배정근씨가 사찰을 받았다면, 다른 일로 정부 정책에 반대한 이들 역시 불법 사찰을 받았을 수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물론, 이 조직의 보고를 받은 배후인물들에 대한 전면조사가 불가피한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 태도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부터 어물거리며 말을 바꾼다. 실제 배후와 진상을 감추고 파문을 줄이려 괜한 말로 얼버무리는 것으로 비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몇몇 공무원들의 어설픈 권력남용’이라는 투로 말했다. 이제 막 시작한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으로 비친다. 이런 식으로 미봉하려 한다고 국민이 넘어갈 단계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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