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7.07 23:18 수정 : 2010.07.07 23:18

<한국방송>이 그제 방송인 김미화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국방송에 ‘블랙리스트’(출연금지 대상자 명단)가 있는 것처럼 발언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이유다. 한국방송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날 밤 1텔레비전 9시 뉴스 시간에 김씨 고소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한국방송은 권력자에 맞서 싸우기라도 하는 듯 요란을 떨었다. 김씨 발언은 이렇게까지 문제삼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

김씨는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들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정말 블랙리스트가 있는지 밝혀달라고 트위터에 썼다. 오랜 기간 함께 일하던 한국방송 사람들에게 하소연하는 내용이다. 이런 발언이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번져나가고 언론을 통해서도 알려졌지만, 그렇다고 한국방송이 즉각 김씨를 공격하고 나선 건 지나치다. ‘뭔가 찔리는 게 있어서 과도한 행동을 보이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듣기 딱 좋은 상황이다.

이번 일의 문제는 단순히 한국방송의 ‘과잉대응’에 그치지 않는다. 먼저 언론이 개인의 발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부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권력을 감시·비판하는 일을 하는 언론은 늘상 고소·고발의 위협에 시달린다. 이를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을 한국방송이 똑같은 방식으로 개인의 입을 막으려 하는 건 정도가 아니다. 언론으로서 균형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하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한국방송은 김미화씨 개인보다 훨씬 더 널리 자신의 주장을 알릴 수단을 갖고 있다. 김씨의 짤막한 글과 한국방송의 9시 뉴스 보도 가운데 어느 쪽의 영향력이 더 큰지는 굳이 따질 것도 없다. 명예훼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한국방송이 김씨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은 것 또한 간단히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는 우리 사회가 포기해선 안 될 가치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씨의 말이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김씨가 지난 4월 2텔레비전의 <다큐멘터리 3일> 내레이션을 맡은 직후 한국방송 임원회에서 이를 문제삼았다는 건 이미 알려진 일이다. 그 이후 김씨는 한국방송에 거의 출연하지 못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만하다. 한국방송이 할 일은 그의 입을 막는 게 아니라 의혹 제기에 분명히 답하는 것이다. 고소를 당장 취하해야 함은 물론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