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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대사에 대한 ‘돌덩이 공격’, 잘못이다 |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대사가 그제 저녁 서울에서 공개강연을 하는 도중 돌덩이로 공격받는 일이 일어났다. 주먹 크기의 콘크리트였다니 자칫하면 큰 부상을 입을 뻔했다. 대사 옆에서 통역을 하던 일본대사관 직원이 손을 다치는 데 그친 게 그나마 다행이다.
외교사절에 대해 이런 식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온당하지 않다. 거꾸로 우리나라 외교관이 외국에서 비슷한 일을 당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외교관에 대한 물리적 공격은 금물이다. 외교관 개인이 아니라 그 나라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져 의외의 사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일본대사의 강연 제목은 ‘한-일 신시대, 공동번영을 지향하며’였다.
돌덩이를 던진 사람은 ‘우리마당 독도지킴이’라는 문화단체의 대표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꾸준히 항의해왔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일본은 독도 문제에서 도발적 태도를 보여왔다. 시게이에 대사가 재임한 지난 3년간 독도 문제가 외교현안으로 불거진 경우만 해도 네 차례나 된다. 게다가 주한 일본대사관의 누리집에는 한글로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적혀 있어 한국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 쪽 태도는 지난해 한-일 신시대를 내건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전혀 바뀌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주한 일본대사에 대한 물리적 공격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일본대사가 강연을 하는 동안 우리 당국이 적절한 안전조처를 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사후에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하고 유감을 표명했지만, 사전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어야 마땅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독도 영유권 같은 민감한 사안을 두고 국민의 불만이 쌓이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독도 문제가 갈수록 악화하는데도 거의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흔히 일본을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라고 한다. 두 나라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없이는 관계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 쪽의 전향적 태도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번 일은 분명 잘못이지만 기존의 왜곡된 틀을 고착시키는 빌미가 돼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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