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12 19:21
수정 : 2010.07.12 19:21
정권내 특정 인맥이 주축이 된 비선조직의 권력농단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선진국민연대나 ‘영포 라인’ 관계자들의 인사개입, 청탁, 압력 등에 대한 각종 증언과 제보도 봇물을 이룬다. 하지만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은 전혀 없다. 오히려 여권은 파문이 확산되지 않도록 쉬쉬하고 서둘러 봉합하려는 분위기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어제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이인규 권력남용 사건”으로 규정하고 사건에 대한 함구령을 내렸다. 이 사건을 아예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한 사람의 개인 비리로 격하시켜 버리려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시도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몸속에 암세포가 여기저기 번져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서도 그냥 덮고 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잇따르는 고발성 폭로를 내부의 권력투쟁 탓으로 돌리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번 사태의 밑바닥에는 그런 여권내 파워게임의 요소가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곁가지일 뿐 본질과 무관하다. 일부 권력실세들이 사사로이 각종 인사에 개입해 공직을 전리품 다루듯이 배분하고, 갖가지 불법과 전횡을 일삼은 사실을 단순히 권력투쟁의 시각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기 위한 공작일 뿐이다.
비선조직의 국정농단 문제는 관련자 몇몇을 경질하거나 다음 인사에서 배제하는 선에서 끝낼 사안도 아니다. 민간인 사찰의 비선 보고라인이었던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최근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며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상규명과 합당한 처벌이다. 최종 보고라인과 논의구조를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물의를 빚었다’ 따위의 모호한 말로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비선조직에 메스를 들이댈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뿐이다. 문제는 진상조사를 하려 해도 조사 주체를 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비롯해 모든 기관이 이런저런 인맥으로 얽히고설켜 독립적인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조사능력도 갖추고 특정 인맥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신망있는 인사들을 뽑아 특별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번에도 미봉할 경우 비선조직 문제가 남은 임기 동안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사실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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