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빚더미 올라선 지방정부들, 전시성 사업 정리해야 |
호화 청사로 물의를 빚었던 경기 성남시가 눈덩이처럼 쌓이는 빚 때문에 결국 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지역 개발사업에 쓰려고 판교특별회계에서 빌려쓴 돈 5400억원을 갚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으로 치면 파산에 준하는 심각한 사태다. 그동안 우려했던 지방정부들의 방만한 예산집행 실태가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성남시가 3200억원을 들여 호화 청사를 지을 때부터 방만한 예산집행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청사가 낡으면 보수하거나 새로 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성남시 청사는 대지가 7만여㎡, 연면적이 7만4000여㎡에 이르는 초대형 호화 청사다. 새 청사 건립이 그렇게 시급한 일이었는지 묻고 싶다. 그뿐 아니다. 공원 조성과 공원로 확장에만 무려 1조26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전임 시장의 대담한 씀씀이가 놀라울 뿐이다.
성남시만이 아니다. 대전 동구, 부산 남구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무리한 개발사업이나 청사 신축으로 극심한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 민선 시장이나 군수들이 선거 과정에서 공약을 남발하거나 인기 위주의 전시성 사업을 벌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씀씀이는 헤프지만 재정 기반은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지방정부들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52%에 불과하다. 게다가 현 정부가 감세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중앙정부가 지방에 내려보내는 교부금도 크게 줄어들었다. 지출은 방만하고 수입은 줄어드니 지방정부의 살림살이가 빡빡해지는 것은 당연한다.
지방정부는 이런 어려움을 지방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빚을 얻어 해결하고 있다. 당장 구멍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미래 재원을 끌어다 쓰는 꼴이다. 혹시 시장이나 군수가 바뀌면 나중에 알아서 해결할 것이란 안이한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지방정부의 예산은 애초 경상비가 많아 사업비로 쓸 돈이 별로 없다. 그런 상태에서 큰 사업을 자꾸 벌이면 정작 주민을 위한 사업은 할 수가 없다. 재정이 어려운 지방정부들은 성남시 사례를 교훈 삼아 청사 신축이나 대규모 지역개발, 차별성 없는 축제 등 전시성 사업들을 대거 정리하는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또 사업의 우선순위를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둬야 한다. 건물 짓고 길거리 치장한다고 주민 생활이 좋아지진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