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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14 19:52 수정 : 2010.07.14 19:52

어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를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그 방향을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집권당 전당대회라면 당권 후보들이 국정운영의 비전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어야 마땅하지만, 이런 대안 제시도 토론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심지어 6·2 지방선거 패배 직후 앞다퉈 제기됐던 여권 쇄신론도 전면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정책 경쟁이 사라진 자리는 계파 싸움과 권력암투가 차지했다. 그것도 친이-친박 싸움보다 친이명박계 내부의 암투가 더 치열했다. 후보간 비방전 끝에 서로 삿대질하며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일도 빚어졌다. 홍준표·안상수 후보는 ‘이웃집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고소했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른바 ‘개싸움’까지 벌였다. 집권당으로서 국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보는 이를 짜증나게 만든 행사였다.

이런 가운데 안정론을 내세운 안상수 의원이 새 대표로 선출됐다. 그에게 안정이란, 당과 청와대의 관계를 크게 바꾸지 않겠다는 뜻일 게다. 대의원과 지지자들의 선택이라고는 하나 과연 여론을 수렴한 결과인지 의심스럽다. 원내대표 시절 그는 국회에서 언론악법과 4대강 사업 예산 등을 밀어붙였다. 세종시 수정에 대해선 ‘좌파정권이 박아놓은 대못을 뽑아내는 일’이라고도 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충실히 보위하는 거수기 혹은 홍위병으로 전락했다.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패배는 제 구실을 잃었던 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안 의원을 최고 지도부로 선택했다. 공당의 생명인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장치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은 견제 장치가 더 헐거워졌고, 이에 따라 정국 불안요인은 더 커질 듯하다.

안 신임 대표도 당의 혁신과 야당과의 상생의 정치를 강조했다. 빈소리가 아니길 빈다. 그러자면 당장 주요 국정현안들을 전면 점검해, 문제점을 걸러내야 한다. 가령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겠다던 쇄신파의 다짐은 여전히 소중한 약속이다. 비선 실세들의 국정 농단 문제도 전당대회가 끝났다고 덮을 일이 아니다. 정상적인 국정수행의 기반을 좀먹는 암적 존재는 시급히 도려내야 한다. 국민의 바람에 귀기울이는 안 대표와 새 여당 지도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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