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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쪽 재개발 공공관리제, 원상회복시켜야 |
내일부터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구역에서 공공관리제도가 시행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재개발 사업의 투명성과 공공성이 확보돼 그동안 시공사 선정 등을 둘러싼 각종 비리들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공관리제의 핵심인 시공사 선정 조항이 오는 9월 말까지 유예됨으로써 대형 건설사 등의 횡포를 막으려던 취지가 많이 퇴색됐다.
공공관리제가 시행되면 재개발 구역의 구청장이 공공관리자가 돼 정비구역 지정부터 시공사 선정 단계까지 각종 사업 지원을 하게 된다. 정비업체·시공사와 조합 사이에 관행화한 뒷돈 거래나 건축비 과다 책정 등과 같은 비리들이 발붙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사업 추진 경과, 조합 경비 사용 내역 등 사업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인터넷 등에 모두 공개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사업의 투명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오는 9월 말까지는 기존 규정대로 조합 주도하에 시공사 선정을 하도록 예외 조항을 두는 조례를 서울시 의회가 지난달 말 통과시킴으로써 공공관리제가 반쪽 출범을 하게 됐다. 공공관리제의 핵심은 대형 건설사들이 조합과 짜고 건축비를 과다 책정하거나 설계 변경 등을 통해 건축비를 맘대로 올리지 못하도록 구청장이 시공사 선정 기준 등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취지의 시공사 선정 조항을 내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는데 시의회가 9월까지 시행을 유예해버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의원들은 건설사의 민원이 있었음을 노골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재개발 사업을 따내려고 그동안 조합에 공을 들여온 건설사의 기득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논리였다. 다수 조합원들의 부담금 증가에는 눈감고 건설사의 이익 보호에 앞장선 꼴이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들은 건설사들이 정확한 근거도 없이 터무니없는 건축비를 계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공사 선정 조항 시행을 유예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공공관리제 조례가 통과된 6월30일은 제7대 서울시 의회 의원들의 임기 마지막날이었다. 건설사의 로비를 받고 임기 마지막날 ‘유예 규정’을 신설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새로 구성된 서울시 의회는 관련 조례를 개정해 유예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공공관리제가 이른 시일 안에 제자리를 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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