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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가 무너지고 사람이 죽어나가야 정신 차리려나 |
지난 주말 4대강 공사 현장은 곳곳이 물에 잠기고 준설토 일부가 강물로 흘러들었다. 지역에 따라 200㎜가 넘는 장맛비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장마철에는 비 피해가 우려되니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다행히 인명 피해 등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집중호우가 내리면 이번보다 훨씬 더 큰 피해가 생길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여름 우기에 공사를 계속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이번 장맛비가 잘 보여줬다. 비가 비교적 많이 내린 낙동강 합천보와 함안보 지역은 보 시설 전체가 물에 잠겼다. 보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을지 걱정이다. 장마철에 공사를 서두르다 보면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지 않은 상태에서 비가 내려 보 시설 전체가 강물에 잠기게 된다. 이럴 경우 보의 안전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이 빠지면 보에 대한 안전 점검부터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4대강 제방 주변에 쌓아놓았던 준설토도 문제다. 수십년 동안 강바닥에 묻혀 있던 준설토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오염물질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준설토 일부가 이번 비에 쓸려 강물에 흘러들어갔다. 준설토뿐 아니라 준설로 파헤쳐진 강바닥의 오염물질도 강물에 휩쓸려갔을 것이다. 강물 전체가 단순한 흙탕물이 아닌 오염물질로 뒤범벅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먹는 물 오염이 우려된다.
4대강 공사 현장은 24시간 공사를 강행하느라 건설 중장비와 차량 등이 하루 종일 분주히 오간다. 호우가 예상되면 공사 장비와 인력을 안전지대로 미리 대피시키겠지만 정확한 기상 예측이 어려운 장마철에는 예상치 못한 수백㎜의 집중호우가 쏟아질 수 있다. 이럴 경우 뜻하지 않는 인명 피해와 장비 손실 등이 생길 수도 있다. 아무리 바빠도 장마철에는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까닭이다.
정부는 이번 장맛비로 4대강 공사 현장에 별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시설이 완전히 파괴되거나 인명 손실이 없어서 그러는 것 같다. 이는 목숨을 담보로 4대강 속도전을 계속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언제 어느 곳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공사 현장이 난장판이 될지 모른다. 더는 억지 부리지 말고 당장 공사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4대강 사업 재검토에 들어간 지방정부와 대안을 놓고 진지한 협의를 시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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