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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교안보팀 경질 없는 인적쇄신은 무의미하다 |
현시점에서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할 필요성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좁게는 천안함 사건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갖가지 혼선과 안보전략의 난맥상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넓게는 명백한 한계에 봉착한 대결적 대북정책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활로 모색을 위해서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은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진용을 개편하면서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등을 그대로 유임시켰다. 앞으로 있을 개각에서도 현인택 통일부 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 등 외교안보팀은 모두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마디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국방부가 스스로 인정하듯이 창군 이래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이 이처럼 땅에 떨어진 적은 없었다. 이에 대한 궁극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김태영 장관이다. 일부에서는 “김 장관마저 문책하면 군의 사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따위의 말을 하고 있으나 오히려 반대다. 아랫사람들이 줄줄이 문책당하는데도 윗사람만 무사한 것처럼 장병들의 사기를 꺾는 일도 없다. 유명환 장관 역시 천안함 사건을 무작정 국제사회로 끌고갔다가 ‘외교적 실패’를 자초한 일차적 책임자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등 앞으로 예정된 외교 일정 따위를 이유로 유 장관의 유임 필요성을 말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다.
외교안보팀의 경질이 더욱 절실히 요청되는 것은 기존의 외교안보팀으로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이후 변화하는 한반도 상황에 좀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명환 장관은 어제 “북한의 전제조건이 붙어 있는 6자회담은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해 6자회담 조기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했다. 지금의 외교안보팀으로는 한반도 문제에 남한이 주도적 구실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6자회담 재개의 발목을 잡는 훼방꾼 노릇이나 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쇄신 대상에는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의 중단, 국민과의 소통 강화 등 여러 항목이 있지만 화해와 공존으로의 대북정책의 획기적 전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강경기조로만 일관해온 주변 참모진과 관료들의 대대적인 물갈이는 필수조건이다. 외교안보 라인의 교체 없이 국정쇄신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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