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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로 망신살 뻗치는 ‘팔당 유기농 철거’ |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이 내년 9월 열리는 세계유기농대회의 우리나라 개최를 재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앙드레 류 부회장 등 세계연맹 중재단이 지난 주말 우리나라를 방문해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오는 9월까지 팔당 유기농지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면 9월23~25일 한국에서 열리는 아이폼 세계 이사회에서 세계유기농대회의 한국 개최 여부를 재논의할 것”임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기 팔당 유기농지를 훼손하면서 어떻게 세계유기농대회를 열 수 있느냐는 항의의 뜻으로 들린다.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으로서는 당연한 입장 표명이다. 팔당 유기농지는 우리나라 유기농의 발상지다.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팔당 유기농지 덕분이다. 그뿐 아니다. 이곳 주민들은 팔당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뒤 국유지를 임차해 농사를 지어온 시람들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이란 특성 탓에 유기농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20여년을 노력한 끝에 국제적인 유기농 단지로 공인을 받았는데 갑자기 4대강 공사를 한다고 나가라고 하니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4대강 공사가 그렇게 시급하거나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자전거도로와 생태공원을 만들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경기도는 대체농지를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대책이라고 할 만한 것이 못 된다. 경기도가 확보했다는 대체농지는 사유지를 10년 임차한 것이다. 기존 국유지와 달리 10년 뒤에는 유기농 단지를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그나마 서울시는 경기도가 마련한 대체농지가 상수원 보호구역에 가깝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나가라고 농민의 등을 떠미는 꼴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유기농이 한국 농업의 미래라고 극찬했고, 김문수 경기지사는 팔당을 세계 유기농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이런 약속들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정부는 오히려 유기농 단지가 한강 오염의 주범인 것처럼 낯뜨거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한국 농업에 미래가 없다. 최소한 정치적인 이유로 애꿎은 농민들을 희생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팔당 유기농 철거 계획을 당장 중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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