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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갈수록 의혹 커지는 한국방송 블랙리스트 논란 |
방송인 김미화씨가 그제 <한국방송>에 방송출연 금지 대상자들이 있음을 뒷받침하는 문건을 공개했다. 지난 4월5일자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라는 이 문건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레이터”를 거론하면서 내레이터 선정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이 결정은 김씨가 ‘다큐멘터리 3일’ 내레이션을 맡은 직후에 나왔다. 문건은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인터뷰가 방송된 것 또한 문제 삼고 있다. 이쯤 되면 한국방송 경영진이 정부나 보수세력이 달가워하지 않는 인물의 방송 출연을 막으려 했다는 주장을 근거 없는 추측으로 내몰기 어렵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방송은 사태를 김미화씨 자질 문제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한국방송은 그제 내놓은 반박자료에서 이념적·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내레이터로서의 기본 자질을 지적한 것이라고 주장하더니, 어제는 강도를 더 높였다. ‘문제는 이념이 아니라 자질이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문건을 내놓았다. 거대 방송사가 방송인 개인의 자질을 이렇게 공격하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지나치다. 하소연 같은 트위터 발언에 명예훼손 소송을 거는 것으로도 부족했단 말인가.
설사 김씨의 내레이션이 만족스럽지 않았더라도 이를 계기로 내레이터 선정위원회까지 구성하라고 한 건 아무래도 이상하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거나 하는 식으로 부각된 사안도 아니었다. 게다가 김씨는 지난해 연말 방송된 ‘환경스페셜’에서 “따뜻하고 정감있는” 내레이션을 했다고 한국방송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명진 스님 인터뷰를 문제 삼은 것 또한 편파적이다. 같은 프로그램에 극우적 활동으로 논란이 된 단체 대표도 출연했지만 그에 대해선 아무 지적이 없었다. 한국방송이 말하는 논란이나 객관성이 어떤 것인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국방송이 블랙리스트 의혹을 해소하는 길은 그동안의 편향성을 반성하고 공영방송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 첫걸음이 김씨에 대한 소송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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