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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궤도 이탈 우려되는 한-미 동맹 |
어제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계기로 한-미 동맹을 평가하는 자못 화려한 행사가 벌어졌다. 두 나라 외교·국방장관은 판문점을 함께 방문해 안보공약 이행 의지를 부각시켰다. 미국의 외교·국방장관이 다른 나라와 ‘2+2’ 형식으로 회의를 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하지만 이런 겉모습과는 달리 나라 안팎의 상황은 한-미 동맹이 제 궤도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미 동맹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기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그런데 요즘 실제로는 이와 엇나가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두 나라는 오는 25일부터 몇 달에 걸쳐 동해와 서해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벌이기로 했다. 특히 미국 항공모함이 훈련에 참여하기로 한 가운데 중국 쪽이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한-미 동맹이 북한의 안보위협으로부터 평화를 지키는 데 기여하기보다는 동북아 차원에서 새로운 긴장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뜻한다. 한-미 동맹이 본연의 취지와 달리 미-중 사이 패권 다툼의 한 축으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중국은 맞불 성격으로 최근 서해 수송작전 훈련을 했으며 외교부 대변인과 언론을 통해 한·미 두 나라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한-미 동맹의 변질과 중국의 과잉대응 모두 역내 안정을 위해 바람직스럽지 않다.
지금은 한·미 두 나라가 천안함 사건의 굴레에서 벗어나 핵문제를 비롯한 동북아의 근원적 갈등구조를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도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 대화와 협상을 조속히 재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어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거꾸로 대북 추가 제재를 밝히고 나섰다. 추가 제재로 어떤 실효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이런 태도는 남북한 양쪽 주장을 병기함으로써 관련 당사자들이 퇴로를 찾도록 한 안보리 의장성명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어제 공동성명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연기와 자유무역협정 비준 필요성도 언급했다. 하지만 전작권 연기는 한국의 군사주권을 손상시키는 심각한 문제이며,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선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만 제기된다. 호혜성의 원칙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역시 한-미 동맹의 현재와 미래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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