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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권의 낯뜨거운 성희롱 논란, 되풀이되는 이유 |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성희롱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강 의원의 잘못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강 의원은 대학생들과의 모임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정 직업을 싸잡아 모독하는 말이다. 그는 대통령까지 희롱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낯 뜨거운 망언들이다. 공인으로서의 자질은 물론 기본적인 인성까지 의심된다.
강 의원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참석한 학생들은 강 의원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학생들은 강 의원이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강 의원은 성희롱의 잘못에 더해 거짓말의 책임까지 져야 한다. 한나라당 제명에서 그칠 게 아니라, 의원직을 사퇴하고 공직에서 떠나는 게 마땅하다.
강 의원의 잘잘못과는 별도로, 한나라당의 일 처리 방식은 석연찮다. 한나라당은 학생들로부터 진술을 듣는 따위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서둘러 강 의원 제명을 결정했다. 설령 강 의원이 잘못했으리라는 심증이 강하더라도, 국회와 정당이 앞장서 지켜야 할 적법절차의 원칙을 무시한 것은 옳지 않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사태를 미봉하는 데 서두르는 것은 이달 말의 국회의원 재보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마사지걸 발언, 여기자 성추행 사건, 여성비하 홍보동영상 등 끊이지 않았던 한나라당의 성희롱 전력이 떠올려지는 것도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덮을 일은 아니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여성관이나 양성평등 의식 등 한나라당의 문화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게 먼저다. 그러기는커녕 미봉에만 급급해한다면 이런 일은 또 벌어질 수 있다.
한나라당 못잖게 민주당의 태도도 한심하다. 민주당은 당 소속인 이강수 고창군수가, 싫다는 여직원에게 누드사진 촬영을 거듭 요구한 사건이 불거졌는데도 미적거리고만 있다. 이미 몇 달 전 조사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도 말뿐인 ‘주의’ 조처에 그쳤고, 추가 증거가 드러난 뒤에도 윤리위원회 소집을 미루고 있다. 솜방망이 대응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렇게 정치적 계산만 앞세워 뭉개려 든다면 성희롱을 뿌리 뽑기는 영영 어렵다. 진실을 분명히 드러내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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