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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관위, 이번에는 ‘이재오 선거 도우미’로 나섰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7·28 재보선 서울 은평을에서 투표참여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엮어 고발하라는 지시를 각 지역선관위에 내린 사실이 밝혀졌다. 이 모임의 정광용 회장이 지난 21일 공개한 선관위 내부 문건을 보면, 선관위는 “반드시 박사모를 조치한다”는 방침 아래 “정광용과 4개 지부장을, 지시 및 통모하여 낙선운동을 한 것으로 엮어 고발할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설사 박사모의 캠페인이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를 겨냥한 것이라 해도, 이번 일은 선관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파기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선관위 쪽은 “담당자가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유감”이라며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만 결코 그렇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 진상도 파악하기 전에 미리 취할 조처부터 정해놓고 지시한 것은 선관위의 존재 이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죄를 엮어서 고발하라’는 따위의 표현에 이르면 섬뜩하기조차 하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없는 죄도 만들어 덮어씌울 수 있다는 건가.
박사모의 행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박사모 스스로 불법 시비를 피하기 위해 ‘투표 참여 독려 캠페인’이라는 형식을 취했고, 박사모라는 단체명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박사모가 더 이상 우리 위원회를 우습게 보지 않도록” 하는 따위의 유치한 이유까지 들며 ‘박사모 혼내주기’를 독려했다. 심판인 선관위가 이렇게 이성을 잃었으니 공정한 경기운영(선거)은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선관위는 6·2 지방선거 때도 4대강 사업 반대와 무상급식 서명운동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등 노골적으로 여당을 편들었다. 선관위가 박사모를 무리하게 엮어넣으려는 것 또한 이재오 후보가 여권 최고실세라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위험수위에 이른 선관위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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