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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론의 본분 팽개친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 |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의 인터넷 사이트에 정부 비판 글을 올린 이용자의 신상 정보가 임의로 경찰에 넘겨졌다고 한다. 지난 3월 말부터 한달 동안 두 사이트에 천안함 의혹 등 8건의 의견 글을 올린 한 시민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확인된 사실이다. 방송사 사이트의 이런 ‘수사 협조’는 그동안 관행처럼 계속됐다고 한다.
방송이 이렇게 쉽게 이용자 신상 정보를 제공했다는 건 충격적이다. 모든 국민의 언론·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야 할 언론이 인터넷 검열이나 표현의 자유 억압에 협조하는 건 기본을 망각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일반적인 명예훼손이나 악성 댓글과 관련된 수사 협조라면 그나마 문제가 덜하겠지만, 정부 비판 글을 쓴 이용자의 경우라면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제보자나 취재원을 보호하듯 자사 인터넷 사이트 이용자도 철저히 보호해주는 건 언론의 도리이며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
사이트 운영을 맡고 있는 두 방송의 계열사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적법성 여부는 부차적이다. 비록 적법하더라도 언론이 해선 안 되는 일이 있는 법이다. 게다가 영장 제시도 없는 수사에 대해서는 협조할 의무는 없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있는 관련 규정은 임의 조항일 뿐이다. 설사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했다 해도 고민해야 하는 게 언론이다. 상업적 포털 사이트가 이런 식으로 정보를 내줘도 말썽이 될 판인데, 언론사 사이트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두 사이트의 행태는 반언론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방송사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마지막 책임은 방송사에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 본사가 직접 나서서 정리해야 한다. 두 방송은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확고한 조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 이와 함께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용자 신상 정보를 경찰에 넘겼는지 그 진상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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