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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결단을 환영한다 |
[5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다음달 중으로 6자 회담에 복귀할 의사를 밝혔다. 미국이 북한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확고한 뜻’을 조건으로 달았으나, 이것이 회담 재개의 장애물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이미 북한을 주권국가로 대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결단을 환영한다. 이 결단이 북한 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남북한은 또 장성급 군사회담을 재개하고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오는 8월15일 즈음에 재개하기로 했다. 서해 군사분계선 부근의 조업 갈등을 풀 수산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초청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제 남북 관계는 완전히 복원돼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2차 정상회담도 내다볼 수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를 잘 살려 핵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 통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도록 남북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의 여러 발언을 종합해보면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도 멀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우선 그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유효하며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체제보장이 관철된다면 핵무기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이 제시했던 다자 안전보장 방안에 대해 그가 이해하는 태도를 보인 것도 긍정적이다. 그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핵 문제가 해결되면 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하고 국제기구 등에 의한 모든 핵 사찰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핵 포기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하기 어려운 말들이다.
김 위원장이 6·15 공동선언 다섯 돌 행사 정부대표단장으로 방북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이런 뜻을 밝힌 것도 의미가 있다. 정 장관은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 구실을 했다. 그는 지난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하면 우리 쪽이 내놓겠다고 한 ‘중대한 제안’의 내용, 우리 정부의 의지 등을 김 위원장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했다. 그의 방북 직전 노 대통령은 “남북한이 핵 문제 해결의 중요한 당사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주장해온 이른바 민족공조를 핵 문제 해결의 한 원칙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6·15 행사 대표단에 보여준 북한의 환대와 김 위원장의 정 장관 면담은 북한이 우리 쪽의 이런 노력에 호응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는 앞으로 핵 문제 해결 노력에서 남북의 주도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북한은 전략적 결단을 더 진전시키고, 우리 정부는 회담 참가국들과의 협의를 강화해 북한이 핵 포기 대가로 요구하는 체제보장·경제지원과 관련해 좀더 실효성 있는 안을 만드는 것이다.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때마다 불거지는 강경론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미·일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남북 관계에서는, 경제·사회 분야의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것 외에, 장관급·장성급 회담뿐만 아니라 한번 열리고 중단된 국방장관 회담도 재개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2005년 6월이 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과 획기적인 남북 관계 진전으로 향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지 여부는 앞으로 남북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양쪽은 한반도와 관련된 모든 사안에서 함께 주도적인 구실을 해나가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서로 신뢰를 무너뜨리거나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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