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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화되는 동북아 대결구도, 최대 피해자가 될 건가 |
동북아 나라들이 편을 갈라 맞서는 냉전식 대결구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천안함 침몰이라는 특수한 사건이 계기가 됐지만 그 이면에는 각국의 공격적 대외정책 기조가 작용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의 무리한 외교안보정책이 이런 대결구도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어, 전면적인 정책 재점검과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
정부는 이달 초순 유엔 안보리에 이어 지난 주말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도 치열한 대북 대결외교를 펼쳤다. 하지만 그제 발표된 의장성명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안보리 의장성명보다도 더 중립적인 내용을 담았다. 정부로서는 또 하나의 외교적 실패다. 게다가 한국·미국과 북한은 거친 언어로 상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쉽게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
이런 대결구도는 어제 동해에서 시작된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둘러싸고 더욱 강화되고 있다. 북한은 “필요한 임의의 시기에 핵억제력에 기초한 보복성전을 개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중국도 자신을 겨냥한 훈련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또한 이번 훈련에는 일본 해상자위대 장교단이 처음으로 참관하고 있어 중국·북한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독도 문제를 놓고 대치해온 일본 쪽에 우리 해상전력을 그대로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한-미-일 삼각동맹을 부활시키려고 일본 쪽에 적극 손을 벌리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한·미·일과 북·중·러로 나뉜 대결구도는 천안함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동북아 정세를 더 악화시킬 것이 확실하다. 앞으로도 계속될 한-미 군사훈련이 미국의 새 대북 금융제재와 결합한다면 북한은 나름대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중국 또한 자신에 대한 위협이 커지는 것으로 여기고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긴장이 높아지면 우리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되기가 쉽다. 그러면서도 한반도 관련 사안에 대한 우리 발언권은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정부가 냉전식 대결구도 조성에 앞장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큰 잘못이다. 진정으로 천안함 사태를 풀고 싶다면 직접적인 대북 대응을 절제하고 철저한 보완조사에 나서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6자회담을 빨리 재개해 비핵화 노력이 본궤도에 오르도록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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