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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25 21:40 수정 : 2010.07.25 21:40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엊그제 베트남 하노이에서 기자간담회 도중 했다는 말은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젊은애들이 한나라당 찍으면 전쟁이고 민주당 찍으면 평화고 해서 다 넘어갔다” “그렇게 (북한이)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아야지, 왜 민주주의 좋은 것은 다 누리면서 북한 옹호하고 그러냐” 따위의 말을 거침없이 했다고 한다. 그의 발언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표를 던진 젊은 유권자들을 모두 ‘친북주의자’로 매도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권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원인 가운데는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다 민심의 역풍을 맞은 것도 있다.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하고 국민들의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북풍몰이를 하다 유권자들의 냉정한 심판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여당의 패배를 무조건 국민들의 왜곡된 인식 탓으로 돌려버렸다. 유권자들의 판단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은 눈곱만큼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그것도 모자라 “이런 정신 상태로는 나라 유지하지 못한다”는 따위의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명색이 한 나라의 고위 공직자라는 사람이 어떻게 야당을 찍은 젊은 세대들을 향해 “김정일 밑에 가서 살라”는 따위의 말을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의 발언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도 반할 뿐 아니라 고위 공직자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마저 상실했다.

그는 지난해 4월에도 국회에서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야당 의원을 향해 “여기 왜 들어왔어, 미친놈”이라는 욕설을 했다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심지어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여야 의원들을 보고 “이거 기본적으로 다 없애버려야 해”라고 하는 등 국회의 존재 의의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까지 했다. 그의 잇따른 망언이 결코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평소의 왜곡된 사고와 인식의 결과물임을 잘 보여준다.

앞으로 있을 정부 진용 개편에서 그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는 이번 망언 사건으로 더 큰 관심사가 됐다. 그는 이미 천안함 사건 처리 과정에서 정책적 판단을 잘못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다른 것은 제쳐놓더라도 망언을 일삼는 고위 공무원들이 존재하는 것은 나라의 장래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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