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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산 망치는 케이블카 계획 철회해야 |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북한산국립공원 안에 보현봉까지 길이 4.2㎞의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계획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정부가 다음달 국무회의에서 장거리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때맞춰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다.
1천만 서울시민을 비롯한 수도권 주민의 안식처인 북한산을 이런 식으로 훼손하게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북한산의 빼어난 경관을 망치게 된다.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에게 케이블카가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오히려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다. 북한산은 수백년 동안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기가 서려 있는 나라의 명산이다. 정부 당국자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여론에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도 없이 추진되는 북한산 케이블카 계획을 당장 철회하기 바란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북한산의 등산객 수가 급증해 케이블카로 이를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등산객이 산의 환경을 해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는 안식년 제도 등을 통해 대처할 일이지 케이블카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케이블카는 기존 등산객을 분산시키는 효과보다는 신규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설악산, 지리산 등에 케이블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면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케이블카 설치에 나설 게 분명하다. 그러면 어디는 해주고, 어디는 안 해주냐는 말이 나오게 된다. 지역 정치인들까지 민원 해결에 동원되기 시작하면 결국 쏟아지는 케이블카 설치 요구를 막기가 어렵게 된다.
정부가 추진중인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도 철회해야 마땅하다. 시행령이 바뀌면 케이블카 총연장이 2㎞에서 5㎞까지, 정상부 종점의 높이가 현재의 9m에서 15m로 늘어나게 된다. 환경을 크게 훼손시키는 것은 물론 지자체들의 케이블카 설치 욕구를 자극하게 된다. 정부는 무분별한 국토 개발을 막고 나라의 환경을 지킬 막중한 책임을 떠맡고 있다. 그런 정부가 지자체나 기업의 대변인처럼 케이블카 설치에 앞장서는 것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처사다. 정부는 케이블카 설치가 과연 그렇게 나라에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인지부터 다시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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