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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제정신인가 |
민주당이 그제 광주에서 민주노동당을 향해 퍼부은 비난은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한다. “한나라당 2중대” “대안도 없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정당”…. 이것은 단순한 막말 수준을 넘어 망언이라고 해야 옳다. 그것도 한 사람의 말실수가 아니라 광주지역 국회의원들과 시의원 20여명이 참가한 기자회견문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니 그 심각성은 헤아리기 힘들다.
민주당의 민노당 공격은 공교롭게도 자기네 당의 장상 후보가 서울 은평을 재보선에서 민노당까지 포함하는 야권의 단일후보로 확정된 날 나왔다. 야권연대의 과실은 챙기면서 뒤로는 협상 파트너의 등에 칼을 꽂은 것이니 비열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모든 것을 떠나 정치의 기본적인 예의나 상식마저 내팽개친 막가파식 행동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은 민주당이 민노당을 공격한 초점이 색깔론이라는 사실이다. 오랜 세월 색깔론 공세에 시달려와 누구보다 그 폐해를 잘 알고 있는 민주당이 민노당을 향해 “대안 없는 반미” 따위의 손가락질을 했다는 점에 할 말을 잃는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 색깔론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민주당이 이런 무리수를 둔 것은 광주 남구 재보선에서 민노당에 패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런 행태야말로 왜 그들이 자신들의 텃밭에서 고전하는지 잘 보여준다. 민주당은 그동안 호남지역을 독식하면서도 제대로 된 정치적 대변자 구실은 물론 정치적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마디로 ‘민주당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유권자들의 생각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당의 활로를 엉뚱하게 민노당과의 차별화 따위에서나 찾고 있는 것이다. 이번 망언의 밑바닥에는 민주당의 이런 철학의 빈곤, 비전의 결여가 자리잡고 있다.
야권연대의 앞날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연대의 기본은 상호신뢰인데 민주당은 스스로 신뢰를 내팽개쳐 버렸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사태의 수습을 위해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위기에 놓였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는 어제 “민노당에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으나 그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발언 당사자들이 아직 아무런 유감표시조차 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아직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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