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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앙대 폴리페서 총장의 괴이한 본색 |
중앙대학교의 학생 사찰 논란이 법정으로 비화하게 됐다. 중앙대 총학생회는 그제 학생 사찰 의혹과 관련해 두산중공업과 학교법인 중앙대학교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반대하다 중앙대에서 퇴학당한 노영수씨와 재학생들의 집회 참가를 감시하고 그 동향에 대한 보고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중앙대 쪽도 노씨에 대한 동향보고서를 작성하고 노씨 등이 참석한 집회에 학교와 두산 쪽 직원들이 참석한 사실은 시인했다. 박범훈 총장은 이메일 해명서에서 자신이 직접 참석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앙대나 박 총장은 그것이 사찰이 아닌 학생지도였다고 주장하지만, 박 총장의 해명발언만 보더라도 설득력이 없다. 박 총장은 어떤 경우에도 대학 내의 일은 대학에서 처리돼야 한다며 “재학생들도 의견 개진 할 일이 있으면 대학 내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학외 집회도 사회적 허용 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적법하지 않은 행위가 묵인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의 학교 밖 집회를 막고 참석자들의 행동을 감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한 것이다.
문제의 동향보고에는 노씨가 참가할 집회의 내용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더군다나 노씨는 중앙대가 퇴학시킨 사람이다. 학생지도였다는 주장이 최소한의 설득력이라도 가지려면 노씨를 퇴학시키지 말았어야 했다. 더 웃지 못할 일은 “대학생들의 어떤 행위도 정치색을 띠어서는 안 된다”는 박 총장의 발언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상식조차 결여한 이런 발언을 한 그는 현직 대학총장으로서 이명박 대통령 캠프에 참여해 정치교수(폴리페서) 논란을 초래한 장본인이었다.
이번 사찰 논란은 중앙대를 두산 쪽이 인수한 뒤 벌어진 여러 무리수와 맥을 같이한다. 두산중공업은 대학에 기업식 구조조정 개념을 도입하겠다며 무리하게 학과를 통폐합하고, 그에 반대하는 학생과 교수를 억눌렀다. 노씨 등을 퇴학처분했고 반대여론을 담은 교지 제작과 배포를 막는 등 언론의 자유를 봉쇄했다.
이러고도 중앙대가 학문의 전당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대학으로서 최소한의 양식이 남아 있다면 먼저 사찰 대상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아울러 이런 불미스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구조조정 과정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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