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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참패에 책임지려는 사람도 없나 |
한나라당에선 6·2 지방선거 직후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나름대로 체질 개선 절차를 밟아 나갔다. 그 결과 변화와 쇄신이 충분히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몸부림치는 모습만은 보여줬다. 그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선전한 것은 이런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반면 민주당의 오늘 모습은 두 눈이 의심스럽다. 민주당은 자신들한테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치러진 재보선에서 완패했다. 차려준 밥상조차 차버렸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 지경이 되기까지 민주당은 공천과 당 운영, 다른 정당과의 연대와 연합에서 안이하거나 오만했고, 변화를 철저히 거부했다. 그에 따른 책임은 당연히 이번 선거를 이끈 지도부한테 돌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정세균 대표는 어제 일언반구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대면조차 회피했다.
다른 지도부도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선거 결과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수준의 말만 했다. 말로만 책임을 이야기하지 행동으로는 책임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순간만 모면하면 뭉개고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번 선거 결과의 의미는 단순명료하다. 6·2 지방선거에서 여당을 심판한 국민은 이번엔 민주당을 심판한 것이다. 정부 여당의 실책만 믿고 밥그릇 다툼만 했으니, 민주당으로선 할 말이 없다.
취약한 지도력과 계파간 연합정치 등 민주당의 현실과 체질 문제를 모르는 바 아니다. 당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당권 다툼에만 매달려온 비주류도 제구실을 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시점에선 지도부가 선거 결과를 전면적으로 책임지고 자신을 내던져야 한다. 조만간 전당대회를 통해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민주당엔 미래가 없다. 지도부 차원의 통렬한 자책과 쇄신은 이를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당직자가 선거 과정에서 연대의 파트너인 민주노동당을 심각하게 모욕한 일에 대해서도 엄정한 조처가 필요하다. 그건 민주당이 얼마나 오만했는지, 얼마나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당내 재야 출신 모임인 민주연대도 어제 성명을 내어 문제의 광주 유세 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상태다. 야권연대의 지속과 민주당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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