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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경련, 자발적 상생의 자세나 보여라 |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정부와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그제 ‘제주하계포럼’ 개회사를 통해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관을 굳건히 하는 데 힘쓰라”고 일갈했다. 최근 친서민 정책을 강조하며 대기업을 옥죄는 정부를 겨냥한 듯하나, 여러모로 빈축만 살 발언이다.
대기업 이익단체인 전경련은 대기업 활동을 제약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하며 반발해왔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들이 강조하는 시장경제는 경제적 강자인 재벌이 자유롭게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체제를 말한다. 대기업들은 그런 체제 아래서 납품단가 후려치기, 신기술 빼돌리기 등 온갖 불공정행위를 자행해왔다. 그 결과 양극화가 심해져 대기업은 최대 수익을 내며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쪽박을 차는 신세가 됐다.
이제 이런 행태를 중단하고 대-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라는 게 국민들의 요구다. 그동안 친대기업 정책을 펴온 이명박 대통령도 이런 민심을 의식해 연일 친서민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전경련이 또다시 시장경제 운운하며 이런 요구를 묵살하려는 것은 대기업의 이익 지키기에만 매달리는 시대착오적인 자세다. 전경련이 계속 이래서는 앞으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전경련이 천안함 침몰 등을 언급하며 국가 안보까지 강조하는 것은 더 문제다. 조 회장은 개회사에서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국가적 위기를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며 정부와 정치권을 질책했다.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할 것도 주문했다. 대기업 이익에 방해되는 세력은 모두 척결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아 섬뜩하기까지 하다. 경제단체인 전경련이 나설 일도 아니다.
전경련은 친서민 정책을 강조하는 정부나 정치권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진정으로 중소기업이나 영세자영업자들과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찾기 바란다. 그 길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골목상권 장악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하청업체들의 적정 납품단가를 보장해주며, 비정규직 임금 현실화를 실현하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앞으로 전경련이 이런 ‘자발적 상생’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여주는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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