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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30 21:00 수정 : 2010.07.30 21:00

엊그제 출간된 김대중 전 대통령 자서전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실용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남북문제에 대한 철학이 없다”는 등 비판이 무척 혹독하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쓴소리가 무척 껄끄럽고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이 저세상에 가서까지 자신을 괴롭힌다는 생각에 분한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불편한 심사를 털어버리고 오히려 고인의 자서전을 한번 진지하게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것은 결코 이 대통령을 모독하거나 야유하려는 뜻이 아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간곡한 권고다. 오랜 세월 온갖 풍상을 겪으며 온축된 고인의 지혜와 경륜, 그리고 국가운영의 노하우를 들여다보는 것은 이 대통령에게 득이 됐으면 득이 됐지 결코 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의 삶의 행로는 어느 면에서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다. 거칠게 말해 김 전 대통령이 민주화 시대의 상징이라면, 이 대통령은 산업화 시대의 첨병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정권이 들어선 뒤 우리 사회의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것도 이 대통령의 이런 삶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을 법하다. 우리의 피땀 어린 민주주의의 역사를 김 전 대통령의 생애를 통해 반추해보는 것은 이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도 무척 유익한 기회가 될 것이다.

남북문제 역시 그렇다. 다른 대목들은 제쳐놓고라도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막전막후를 회고한 부분만 추려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남북문제에 대한 국가 최고지도자의 고뇌와 전략, 북한과의 험난한 협상 과정 등은 지금 똑같은 위치에서 나라를 이끄는 이 대통령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한가지 더 바란다면, 앞선 대통령이 각고의 노력 끝에 어렵사리 돌파구를 마련한 남북관계를 거꾸로 돌리는 게 과연 역사와 민족을 위해 옳은 선택인지 진지하게 되돌아봤으면 한다.

이제 이 대통령의 임기도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이르렀다. 전면적인 내각 개편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은 하반기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이 대통령의 구상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모든 것을 떠나 선배 대통령의 자서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후배 대통령에게는 더없이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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