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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없애야 할 이유만 확인한 ‘타임오프제 한달’ |
유급 노조활동시간(타임오프) 한도 제도가 시행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그치지 않고 있다. 제도 시행 직후엔 정부의 강경 방침에 대한 반발이 거세더니, 요즘은 제도가 잘 정착되고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민주노총이 총력지원을 약속한 기아자동차 노조가 곧 이 문제를 놓고 회사 쪽과 교섭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정부는 타임오프제가 큰 문제 없이 정착되고 있다고 열심히 홍보한다. 고용노동부는 7월말까지 단체협약이 만료된 1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64%가 타임오프 도입에 합의했으며 대부분 정부의 시행 방침을 준수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타임오프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강조하는 것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을 덮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노동현장의 집계는 영 딴판이다. 전국금속노조는 정부 방침대로 타임오프제를 도입한 곳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기존 단협을 그대로 유지한 사업장이 대부분이고 타임오프제를 도입하더라도 이면합의를 따로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모범사례로 내세운 사업장조차 이면합의를 통해 타임오프제를 비켜가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물론 확인이 필요한 집계이고 주장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쪽 말보다는 현실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공식적으로는 타임오프제를 도입하면서 이면합의를 하는 경우까지 정부가 일일이 파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제도가 갈등과 반발 없이 쉽게 정착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부터 무리다. 정부 방침을 그대로 따르면 많은 노조가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노동계로서는 순순히 이 제도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타임오프제의 문제점은 시행 전부터 누누이 지적돼온 바지만, 시행되고 있는 지금 더 큰 문제는 이 제도가 편법과 불법을 양산하는 일이다. 많은 노사가 이면합의로 제도를 피해가면 현실과 제도의 괴리는 두고두고 문제가 된다. 이면합의와 같은 투명하지 않은 타협은 앞으로 이행 여부를 둘러싼 갈등을 부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첫걸음은 정부가 강경 방침을 포기하고 현실을 제대로 보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타임오프제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비현실적인 정책을 고집하다가 엉뚱한 범죄자만 만들어내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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