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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04 19:24 수정 : 2010.08.04 23:22

학생 미혼모들의 대다수가 배울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의뢰로 전국 미혼모 시설에 수용된 학생들을 조사한 정책연구팀은 조사 대상의 85%가 학업 중단 상태라고 그제 밝혔다. 14~18살 정도밖에 안 되는 학생들이 출산을 이유로 아예 배울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배움의 의지마저 상실한 것은 아니다. 60%에 가까운 응답자가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며 계속 공부할 방안을 마련해주기를 희망했다.

이들이 학업을 중단한 데는 육아나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이유가 클 것이다. 하지만 다니던 학교에서 학교 명예를 해친다거나 주변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자퇴나 전학을 요구해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에는 한 여학생이 이런 학교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해 미혼모의 학습권을 보장하라는 권고를 받아냈으나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우리 헌법과 교육기본법은 누구나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임신을 이유로 자퇴를 종용하는 것은 학습권 침해라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굳이 인권위의 판단이 아니더라도 학교가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모는 것은 비교육적이다. 청소년의 임신을 당사자의 품행 문제로만 인식해선 안 되며 왜곡된 성문화를 비롯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력이 심각하다. 실제로 학생 미혼모 가운데는 성폭력을 당한 경우가 꽤 있다.

정부는 대안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된 미혼모자 시설 입소 기간을 재학기간에 포함시키는 방안이나 미혼모만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교육기관 설립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은 될지 몰라도 제대로 된 해결책은 아니다. 미혼모만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는 낙인 효과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임신을 이유로 전학이나 자퇴를 강요하지 못하게 하고 원하면 기존 학교에 계속 다닐 수 있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많은 나라에선 미혼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등교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10대에 미혼모가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학교나 가정에서 남녀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성교육을 철저히 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퇴폐적인 성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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