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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08 20:12 수정 : 2010.08.08 20:12

이명박 대통령이 실시할 개각을 앞두고 쏟아진 여론의 주문은 대체로 대동소이했다. 소통과 화합을 위한 내각, 국정쇄신 의지를 보일 수 있는 대폭적인 물갈이,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참신한 인재 발굴 등이었다. 하지만 어제 막상 뚜껑이 열린 개각 내용을 보면 이런 희망과 기대와는 동떨어진다.

이번 8·8 개각의 특징은 한마디로 이 대통령의 측근들을 전면배치한 ‘친정체제’ 구축, 그리고 차기 대선주자 관리를 염두에 둔 ‘정치형 개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천안함 사건을 비롯해 리비아와의 외교 마찰, 이란 제재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정책적 판단 착오를 거듭해온 외교안보 라인을 모두 유임시킨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대목이다.

이 대통령이 나이 40대의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총리로 발탁한 것은 세대교체, 젊은 내각 등의 이미지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그를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올려놓음으로써 박근혜 의원을 비롯한 여권 대선주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포석도 읽힌다. 이는 여권 내 힘이 한곳으로 쏠리지 않도록 함으로써 집권 후반기 레임덕 현상을 막으려는 의도와도 맞닿아 있다.

문제는 과연 김 신임 총리 내정자가 내각을 효율적으로 통할하면서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것인가다. 불행히도 김 내정자를 둘러싼 환경이나 여권의 전반적인 기류를 보면 매우 회의적이다. 우선 이 대통령이 새 총리에게 자신의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힘을 실어줄 것 같은 낌새가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 내각은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 박재완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비롯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등이 모두 장관으로 승진해 내각에 전면배치됐다. 이들 ‘대통령의 남자들’은 오랫동안 이 대통령과 일해와 신임이 두터운데다 국정운영 경험까지 쌓아왔다. 이제 갓 중앙정치 무대에 진입한 ‘초보 총리’로서는 다루기 버거운 상대들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실세 중의 실세인 이재오 의원이 특임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김 총리 내정자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이미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의원이 앞으로 당과 정부를 종횡무진 누비며 여권의 ‘군기반장’ 노릇을 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총리 내정자는 자칫 ‘내각의 얼굴’ 노릇에 그치면서 실제로는 ‘실세 장관들’에게 얹혀 가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실세 차관들이 포진한 일부 정부부처에서도 나타났다. 앞으로 내각 안의 힘의 역전 현상에 따라 각종 파열음이 터져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해 김태영 국방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등이 유임된 것은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 수준을 의심하게 한다. 지금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도처에서 벽에 부닥치며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걸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미 능력에 한계를 보인 인물들을 그대로 끌어안고 가겠다니 우리 외교안보의 앞날이 더욱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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