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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08 20:14 수정 : 2010.08.08 20:14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성미산이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학교 건물을 짓기 위한 공사 때문에 땅이 파헤쳐지고 나무들이 베여나가고 있다. 이 야트막한 산을 아끼는 주민들은 어떻게든 공사를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책위를 꾸려 농성을 벌이고 거리행진에도 나선다. 엊그제께는 생태캠프도 열었다. 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다른 지역 주민들도 적지 않다.

언뜻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야산 하나를 지키려 이렇게 애쓰는 게 의아스러운 이들도 있을 것이다. 서울시내에만도 야산은 널려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사라진들 대수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미산은 단순한 ‘동네 뒷산’이 결코 아니다. 이 산에는 작은 쉼터 이상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성미산을 매개로 삼아 주민들이 오랜 세월 가꾸고 넓혀온 생활자치 공동체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성미산 생활공동체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1990년대에 이곳에서 젊은 부모들이 공동육아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 활동에 공감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공동체의 모습이 갖춰졌다. 이렇게 출발한 공동체는 활동을 차츰 넓혀 2000년대 초엔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생협을 차리는 데까지 나아갔다. 이어 주민문화센터도 생기고 지역 방송국도 만들어지는 등 계속 커진 이 마을은 이제 어엿한 도시 대안 공동체로서 손색이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공동체가 주민들의 민주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한 자율공간이라는 점이다. 도시 생활을 바꾸어가는 이 자발적인 실험은 지난 4월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지역 활성화 모범사례로 평가받기도 했다.

성미산의 나무를 잘라내고 학교 건물을 짓는 건 녹지 훼손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주민 자치 활동의 의지마저 꺾어버리는 것이다. 서울시와 시교육청 그리고 학교 건설 주체인 홍익학원은 성미산을 더 망가뜨리지 말고 주민들 품에 돌려주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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